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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두산의 신병기 ‘FA 헐크’

‘두산판 엑소더스(exodus·대탈출)’ 위기가 우승을 이끄는 ‘전화위복’의 동력이 될까.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는 올 시즌이 끝나면 갈림길에 서게 된다. 최대 10명까지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는다. 이용찬·유희관·권혁·장원준·이현승(이상 투수), 오재일·최주환·허경민·김재호(이상 내야수), 정수빈(외야수) 등이다. 이현승·권혁·장원준은 자격 재취득, 나머지 7명은 생애 첫 FA다. 모두 팀의 핵심이며, 다른 구단도 탐내는 선수다. 한 구단에서 이렇게 많은 핵심 선수가 FA시장에 나오는 건 전례가 없는 일이다. 이들이 올 시즌 ‘잘할 경우’ 두산은 모두 붙잡기는 힘들다. 더 괜찮은 조건에 따라 다른 팀으로 떠날 수 있다. 오죽하면 두산 관계자가 “‘FA 신청하지 않겠다’고 파격 선언이라도 해줬으면…”이라고 속내를 농담처럼 꺼낼 정도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오히려 느긋하다. 김 감독은 15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38주년 창립기념식 및 시무식에서 “예비 FA 선수가 많은 건, 올 시즌 끝나면 문제지”라고 여유를 보이더니 “FA가 된다는 건 아주 분명한 동기 부여다. 알아서 잘하는 동기 부여”라고 말했다. 프로야구에는 ‘FA로이드’라는 말이 있다. FA가 되면 많은 돈을 받을 기회가 생긴다. 이를 위해 선수는 금지약물인 스테로이드라도 맞은 것처럼 괴력을 발휘해 생애 최고 성적을 올린다. 그런 뜻으로 FA와 스테로이드를 합성한 말이다. 프로야구 역대 FA 계약순위 2위(총액 기준)인 포수 양의지(NC 다이노스)의 경우, 2018년 두산에서 개인 최고 타율(0.358)과 홈런(23개)을 기록했다. 시즌 직후 NC와 4년 총액 125억원에 계약했다. 외야수 최형우(KIA 타이거즈)는 2016년 타격왕(0.376)이 됐고, 안타(195개)와 타점(144개)도 1위를 기록하더니, FA 100억원 시대를 열었다. FA로이드의 진수를 보여준 사례다. 만약 두산의 FA 예정자 10명이 FA로이드를 발휘할 경우 그 어느 팀도 두산을 막을 수 없다. 프로야구 역사상 가장 강력한 팀이 될 것이다. 2년 연속 통합우승 가능성이 큰 이유다. FA로이드에는 경계할 점도 있다. 인생의 흔치 않은 ‘대박’ 기회이다 보니 개인 기록에만 신경 쓰고 팀 성적을 등한시할 수 있다. 예비 FA 허경민은 그런 시선을 사전에 차단하고 나섰다. 그는 “FA를 앞뒀다고 나만 생각하지는 않을 거다. 다른 예비 FA도 혹시 자신만 생각한다면, 그러지 말아야 한다. 팀이 잘 돼야 나도 잘된다. (FA) 선·후배들과 함께 이야기를 잘해서 올 시즌을 치르겠다”고 말했다. 또 하나의 경계할 점은 잘해야 한다는 심리적 부담감 때문에 자멸하는 경우다. 장원준은 2014년 FA 총액 84억원에 롯데 자이언츠에서 두산으로 옮겼다. 2015~17년 세 시즌 연속 10승 이상 기록하는 등 믿음직스러운 선발투수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두 번째 FA를 앞둔 2018년에 부진했다. 24경기에 나와 3승7패, 평균자책점 9.92였다. 결국 FA를 신청하지 않았다. 부진은 지난해까지 이어졌는데, 무릎 수술 후 시즌을 마감했다. 두산 주장 오재원도 올해 두 번째 FA 자격을 얻었지만, 타율(0.164) 저조로 마음고생이 컸다. 그래서일까. 두산의 예비 FA들은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 “2020년을 위해 특별히 더 준비하는 것은 없다. 평소처럼 가볍게 운동하고 있다”는 게 이들의 얘기다. 허경민은 “(FA는) 지금까지 해놓은 것을 평가받는 것이다. 올해 더 욕심낼 경우 고꾸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예비 FA 선수들은 ‘알아서’ 몸 관리를 하고, 심리적 압박감도 해소하고 있다. “엑소더스는 나중 문제고, 일단 FA로이드부터 활용하겠다”는 김 감독 전략이 잘 맞아 들어가는 분위기다. 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2020.01.21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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